당신은 고기를 잘 못 잡았다.
그래도 새벽마다 나갔다. 나는 그게 낭비라고 말한 적이 있다. 당신은 낭비인 줄 알지만 물이 보고 싶다고 했다. 그 대답이 너무 단순해서 나는 더 할 말이 없었다.
잡힌 고기는 작았고, 당신은 대부분 놓아줬다. 집에 오면 손에서 갯벌 냄새가 났다. 나는 코를 막으며 웃었다. 당신은 사과하지 않고 손을 씻었다. 그 순서가 좋았다.
의자는 베란다에 접어 두었다. 버리라고 하지 마. 내가 없으면 당신이 그 의자에 앉아도 된다. 물은 안 봐도, 아침 공기만이라도.
딸아, 네 식장에 비가 왔다.
나는 그걸 불길하다고 말하는 친척을 말렸다. 목소리는 좀 컸다. 네가 미안해할까 봐였다. 너는 오히려 나를 진정시켰다. 부모 자식이 그 날 역할이 바뀐 것 같아서 나는 울 뻔했다. 참았다. 화장을 고친 네 얼굴을 번지게 하고 싶지 않아서.
네 짝은 조용한 사람이다. 나는 처음엔 그 조용함이 속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그 조용함이 너를 재촉하지 않는 방식이라는 걸 안다.
잘 살아라. 잘 산다는 게 싸움을 안 하라는 뜻은 아니다. 싸운 뒤에 밥을 같이 먹으라는 뜻이다. 우리 집이 그걸 늘 잘하지는 못했다. 너희는 우리보다 나았으면 한다.
아들아.
편지지까지 사 놓고 첫 문장을 못 썼다. 아들한테 사랑한다고 쓰면 네가 민망해할 것 같았고, 안부를 쓰면 너무 짧았다. 그래서 보내지 않았다. 네가 면회 때 다른 애들은 편지를 받는다고 했을 때, 나는 웃으며 다음 주에 넣겠다고 했다. 다음 주에도 못 넣었다.
이 글이 그 편지다. 늦어도 주소는 네 마음이면 된다고 혼자 정했다.
몸은 사려. 강한 척은 잠시만 해라. 아프면 의무실에 가라. 아빠는 참고 버티는 사람을 용감한 사람이라고 가르쳤는데, 그 가르침의 반은 틀렸다. 버티기 전에 말하는 사람이 되어라.
우리는 담배를 같이 피우려고 옥상에 올라갔다.
사실은 담배보다 수업이 싫어서였다. 너는 시험 점수를 숨겼고, 나는 집을 숨겼다. 숨긴 이유는 달랐지만 옥상의 바람은 같았다.
너는 먼저 담배를 끊었다. 나는 한참 뒤에 끊었다. 끊고 나서 너를 만나면 할 얘기가 줄어든 느낌이 들어서, 나는 일부러 연락을 늦췄다. 어리석었다. 담배가 우정인 줄 알았다.
지금 너는 애를 키운다고 들었다. 옥상 대신 놀이터에 있을 것이다. 그 놀이터에서 네 애가 바람을 쐬면, 우리 시간도 아주 헛되지는 않았다고 생각하겠다.
엄마, 첫 월급은 현금이었다.
나는 봉투를 지갑에 넣다가 구겼다. 집에 와서 반을 드리려다 계산이 애매해서 그냥 통째로 내밀었다. 엄마는 반만 빼시고 나머지를 다시 내 손에 쥐여 주셨다. 내 손이 돈을 놓을 줄 몰라서 잠시 같이 쥐고 있었다.
그 돈이 얼마였는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 엄마가 세지 않고 눈부터 맞춘 게 중요하다.
나는 그 뒤로 더 많이 드린 달도 있고, 드리지 못한 달도 있다. 못 드린 달을 엄마는 묻지 않으셨다. 묻지 않은 것이 또 다른 월급이었다. 고맙다.
수학여행 버스에서 너 옆에 자리가 비었다.
나는 용기가 없어서 뒤쪽에 앉았다. 너는 창밖에 고개를 두고 있었고, 나는 네 뒷모습을 세 정거장쯤 봤다. 말하고 싶은 문장은 준비되어 있었다. 실행이 안 됐다.
어른이 되어 너를 한 번 마주친 적이 있다. 백화점 에스컬레이터에서. 너는 나를 알아봤을 수도 있고, 못 알아봤을 수도 있다. 나는 아는 척을 하지 않았다. 또 실패했다.
이 글은 재회를 바라는 글이 아니다. 용기 없던 나를 그냥 기록해 두는 글이다. 네가 누군가의 창가에 앉아 있다면, 그 사람이 나처럼 뒤쪽에만 있지 않기를 바란다.
사진 속 당신은 모자를 쓰고 있다.
그 모자를 나는 촌스럽다고 놀렸다. 당신은 햇살이 강해서라며 벗지 않았다. 지금 보면 그 모자가 당신을 꼭 닮았다. 고집이 있고, 실용적이고, 조금 낡았다.
제사 때 사람들은 당신 칭찬을 길게 한다. 나는 고개만 끄덕인다. 길게 말하면 울 것 같아서다. 울지 말라는 유언은 없었지만, 나는 손님 앞에서 울면 당신이 민망해할 사람이라고 혼자 정했다.
밤에는 운다. 그것도 짧다. 길면 잠이 안 와서. 당신 없이 잠을 자는 법을 나는 아직도 연습 중이다. 오늘은 연습이 조금 됐다.
네 생일은 화요일이었다.
나는 케이크를 사 놓고 회식에 갔다. 회식이 길어질 줄 알고도 갔다. 집에 오니 초는 꽂힌 채였고, 너는 자 있었다. 나는 초를 뽑고 냉장고에 넣었다. 다음 날 너는 괜찮다고 했다. 괜찮은 얼굴이 아니었다.
그 뒤로 생일은 내가 더 크게 챙겼다. 늦게 챙긴 성의를 네가 받아 준 것이 고마웠다. 나는 그걸 받을 자격이 있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미안하다. 한 번의 화요일을 내가 다른 테이블에 앉아서 보냈다. 다음 생일은, 내가 없어도, 네가 좋아하는 사람과 불러라. 노래는 틀려도 된다. 나는 음치였다. 그걸 숨기느라 더 늦었다.
애들한테 미리 말한다.
집 문서 이야기는 내가 없는 뒤에 나와도 된다. 다만 그 얘기를 제삿밥 상에서 하지 마라. 나는 그 장면을 몇 집에서 봤다. 숟가락이 멈추고, 누가 먼저 계산기를 꺼낸다.
재산은 법대로 해도 되고, 너희가 합의한 대로 해도 된다. 나는 어느 쪽이든 따라가겠다. 따라갈 수 없으니 글로 따라간다.
꼭 하나. 막내는 말이 느리다. 느린 것을 양보로 착각하지 마. 그 애 의견을 마지막에 한 번 더 물어라. 내가 못 물어 준 횟수만큼은 너희가 물어 줬으면 한다.
할아버지 만년필을 내가 물려받았다.
쓸 일이 없어서 서랍에 두었고, 잉크는 말랐다. 글씨가 필요할 때마다 나는 키보드를 두드렸다. 펜은 무게만 남았다.
오늘은 잉크를 다시 넣었다. 글씨가 번져서 이 문장은 컴퓨터로 옮긴다. 손으로 쓴 원본은 서툴다. 그래도 할아버지는 서툰 글씨를 나무라지 않으셨다. 또박또박만 요구하셨다.
또박또박 적는다. 나는 할아버지를 존경했다. 존경을 무서움과 섞어 가까이 가지 못했다. 가까이 갔으면 잉크가 마르기 전에 편지를 한 통 받았을 것이다. 못 받은 편지를 내가 이제 쓴다.
우리는 우산 하나로 그 골목을 걸었다.
당신은 키가 작아서 우산이 내 쪽으로 기울었고, 당신 어깨는 젖었다. 나는 미안해서 우산을 뺏으려다 오히려 둘 다 젖었다. 당신은 웃었다. 화가 날 장면에서 웃는 사람이었다.
그 여름이 내 생애에서 제일 선명하다. 승진도, 이사도 그 골목만큼 선명하지 않다. 사진은 없다. 젖은 소매만 기억난다.
행복은 나중에 이름이 붙는다고 누가 그랬다. 나는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때는 그냥 비였고, 지금은 행복이다. 당신이 이 글을 보면, 어깨가 젖어도 됐다는 내 뒤늦은 사과로 읽어 줘.
어머니를 지키던 밤, 벽시계가 이상하게 빨랐다.
나는 의자에 앉아 깜빡였다. 간호사가 물을 권했다. 나는 고맙다고 하고 반만 마셨다. 어머니 입술이 말라 보여서, 내 물이 미안했다.
어머니는 새벽쯤 눈을 뜨고 내 이름을 부르려다 말고 다시 주무셨다. 그 못 다 부른 이름을 나는 여러 번 상상했다. 상상은 정확하지 않다. 그래도 나를 찾으려 했다는 것만은 붙잡고 싶다.
가족들에게 말한다. 교대하다가 다투지 마. 누가 더 오래 지켰는지 세지 마. 어머니는 시간을 재라고 낳지 않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