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ast Talk
만년필은 잉크가 마르기 전에
할아버지 만년필을 내가 물려받았다. 쓸 일이 없어서 서랍에 두었고, 잉크는 말랐다. 글씨가 필요할 때마다 나는 키보드를 두드렸다. 펜은 무게만 남았다. 오늘은 잉크를 다시 넣었다. 글씨가 번져서 이 문장은 컴퓨터로 옮긴다. 손으로 쓴 원본은 서툴다. 그래도 할아버지는 서툰 글씨를 나무라지 않으셨다. 또박또박만 요구하셨다. 또박또박 적는다. 나는 할아버지를 존경했다. 존경을 무서움과 섞어 가까이 가지 못했다. 가까이 갔으면 잉크가 마르기 전에 편지를 한 통 받았을 것이다. 못 받은 편지를 내가 이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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