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에게
여보, 내가 먼저 가서 미안해. 당신을 만나고 아이들과 함께 살았던 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어. 아침마다 당신이 주전자를 올리는 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그 소리만 생각해도 나는 충분히 산 사람이다. 너무 오래 울지는 마. 밥은 먹고, 창문은 가끔 열어.
삶의 마지막에 남기고 싶은 말을 조용히 읽는 곳.
여보, 내가 먼저 가서 미안해. 당신을 만나고 아이들과 함께 살았던 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어. 아침마다 당신이 주전자를 올리는 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그 소리만 생각해도 나는 충분히 산 사람이다. 너무 오래 울지는 마. 밥은 먹고, 창문은 가끔 열어.
아들아. 아빠가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못 했구나. 나중에 생각나면, 아빠가 널 정말 사랑했다는 것만 기억해 줘. 운동화 끈을 묶어 주던 아침이 아직도 손에 남아 있다. 출근이 급해서 고개만 끄덕인 날이 많다. 그 끄덕임이 너무 짧았다. 너는 이미 잘하고 있다. 누구의 기대에 네 하루를 맞추지 않아도 된다.
살면서 돈이 가장 중요한 줄 알았습니다. 마지막에 와서 보니, 내 옆에 있어 준 사람들이 전부였습니다. 다시 태어나도 당신을 만나고 싶어요. 그때는 등을 두드리는 대신, 먼저 이름을 부르고 다정한 말을 하겠습니다.
어머니, 김치 통을 역까지 들고 나오시던 손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그 손이 차가웠을 텐데, 저는 빨리 타라는 말만 했습니다. 용돈 봉투를 돌려드린 밤도 있었습니다. 독립한 척하고 싶었습니다. 어머니는 서운한 티를 내지 않으시고, 다음 주에 또 끓여 놓겠다고만 하셨습니다. 제가 먹은 밥의 대부분은 어머니 것이었습니다. 이제는 어머니가 먼저 따뜻한 국을 드세요. 사랑합니다.
친구야. 내가 무너지던 해에 너는 많이 묻지 않았지. 그냥 옆에 앉아서 같은 쪽을 봐 줬어. 그게 우정이었다는 걸 이제야 적는다. 답장은 안 해도 된다. 네 주변 사람들에게, 나보다 먼저 안부를 물어 줘.
미안하다. 내가 먼저 목소리를 높였고, 네가 먼저 문을 닫았다. 너는 예민했던 게 아니다. 내가 급했다. 네가 울던 주방을 나는 청소로 덮으려 했다. 닦아도 그 말은 남는다. 용서는 네가 정해도 된다. 이것만은 분명하다. 네 잘못이 아니었어.
내 장례에 검은 넥타이를 꼭 매지 마라. 우리가 마지막에 마신 것은 근엄한 술이 아니라, 너무 달았던 커피였다. 너는 내 자랑을 길게 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살아 있어 줘. 그리고 네 친구들에게는 나보다 일찍 안부를 물어. 그게 내가 너에게 배운 방식이다.
헤어짐은 미움으로 끝내지 마라. 우리는 서툴렀을 뿐, 서로를 해치려고 만난 사이는 아니었다. 마지막 역에서 나는 손을 흔들지 못했다. 창 너머로 네가 작아지는 동안, 하고 싶은 말은 목 안에서 늦었다. 늦으면 편지가 된다. 그래서 적는다. 나를 오래 붙잡지 않아도 된다. 다만 네가 다음에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화보다 이름을 먼저 불러 줘. 우리가 못 한 그 순서를.
오래 품은 서운함을 오늘 내려놓는다. 너를 계속 미워하면 내 남은 시간이 네 잘못의 창고가 되니까. 잊자는 말이 아니다. 기억은 남되, 벌은 여기서 멈추자는 말이다. 너도 어딘가에서 같은 밤을 견뎠을 것이다. 그 밤이 이제 너를 놓아 주었으면 한다.
고맙다. 밥을 차리던 손, 비를 같이 맞던 우산, 내가 늦을 때 불을 켜 두던 창문. 내 삶의 밝은 부분은 거의 다 누군가의 호의였다. 그 호의를 당연하게 여긴 날이 많아 부끄럽다. 그래도 마지막 문장은 부끄러움보다 감사 쪽에 두고 싶다.
당신이 건넨 장갑은 내 것이 아니었는데, 그 겨울을 통과하게 해 줬습니다. 이름을 오래 기억하지 못해 이 편지는 얼굴 대신 마음에게 보냅니다. 도움을 빚으로만 생각하면 사람이 작아집니다. 나는 그 장갑을 빚이 아니라 온기로 기억하겠습니다. 당신도 어디선가 따뜻한 손을 만나길 바랍니다.
더 자주 안아 줄 걸 그랬다. 완벽한 문장을 기다리다가, 어설픈 사랑은 전부 늦어 버렸다. 후회는 나를 벌하려고 적는 것이 아니다. 뒤에 오는 사람이 같은 자리에서 입을 열게 하려고 적는다. 사랑은 미룰수록 짧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