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ast Talk
월세 계약서 뒤에 적던 숫자
계약서 여백에 나는 생활비를 적었다. 월세, 가스, 폰, 약. 약이 점점 위로 올라왔다. 숫자가 인생을 설명하는 것 같아서 싫었지만, 적지 않으면 불안했다. 옆 방 학생은 밤마다 라면을 끓였다. 나는 벽을 두드리고 싶은 날도 있었다. 안 두드렸다. 나도 그 나이엔 늦게 먹었다. 어느 날 학생이 이사 가며 휴지를 한 묶음 두고 갔다. 받을 이유가 없는 호의였다. 집이 작아도 나는 여기서 사람을 미워하지는 않았다. 그게 내 자랑의 전부다. 다음 세입자가 계약서 여백을 보면, 내 숫자를 지우고 자기 숫자를 적어도 된다. 인생은 덮어쓰기가 된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